최근 정치권에서 불붙은 경제민주화 논의가 ‘재벌 개혁’에 초점이 맞춰진 데 대해 여야 의원이 보조를 맞춰 “방향이 잘못됐다”고 문제를 제기, 공론화에 나섰다.

주인공은 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과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 두 의원은 16일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경제민주화 논쟁-재벌 개혁을 넘어’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민 의원이 강 의원에게 토론자로 참석할 것을 요청했고, 평소 경제민주화 논의 방향에 문제의식을 가진 강 의원이 선뜻 응하면서 이뤄진 자리다.

이날 세미나에는 유승경 LG경제연구원 연구원과 김효연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등이 참석했다.

토론회를 주도한 민 의원은 민주당 대선 후보 가운데 진보 성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되는 김두관 캠프의 전략본부장을 맡고 있다. 그런 민 의원이 최근 경제민주화 논의 방향에 대해 “뭔가 문제가 있다”며 반기를 든 것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상당히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민 의원은 “여야를 막론하고 경제민주화 논의가 재벌 개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진정한 경제위기 해법 논쟁으로 이어지려면 서민들의 관심사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서민들이 느끼는 최대 현안은 ‘체감경기의 불안’이고 소위 안철수 열풍의 진원지 역시 ‘경제와 미래 불안’을 느끼는 국민정서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최근의 재벌 개혁 논쟁은 2004년 ‘4대 개혁입법 파동’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당시 4대 개혁입법(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언론법, 과거사법)은 민생 문제 해결과 무관해 오히려 지지세력을 결집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민 의원은 “최근의 경제민주화 논쟁도 서민의 관심사와 거리가 멀다”며 경제민주화 화두를 먼저 제시한 민주당에 노선의 변화를 요구했다. 민주당의 경제민주화 기조를 ‘재벌 개혁’이 아닌 ‘서민 중심, 내수 주도의 개방경제’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민 의원은 “당에서는 재벌 개혁을 통해 경제위기 극복도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논리와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며 “위기가 점점 다가오는데 재벌 개혁만 외치기보다 포괄적인 지지 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 의원은 당내에서 이 같은 뜻을 모아 논쟁을 붙이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새누리당 강 의원도 공감을 표시했다. 강 의원은 “민 의원의 주장은 민주당의 지지층 확대를 위한 당의 전략적 관점에서 말한 것이지만 공감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며 “새누리당 역시 경제민주화가 궁극적으로 중소기업과 서민에게 도움이 되는 경제민주화로 가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새누리당 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에서 연달아 제기한 경제민주화 방안은 여러 메뉴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용기 연구위원은 “재벌 개혁이란 문제를 소유와 지배구조로 단순화시켜 바라보는 시각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진/이호기 기자 apple@hankyung.com